작가 노트

by 우 영 지


나는 “예술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은 그것을 즐기는 시간 동안 

현실에서 벗어나 나를 새로운 공간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나의 여행은 고요 속에서 시작된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기호 속에서 어떤 것을 버리고 취하는 것이 힘들어질 때 

누군가는 고립을 자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한 적막 속에 홀로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공간에 응시할 수 있는 자연물이 있다면 더욱 좋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상에 몰입한다.

그리고... 공(空)의 순간을 평면에 켜켜이 쌓는다.

색을 고르고, 색을 만들고, 색을 칠하고... 나는 고요를 그린다.


이번 시리즈에서 나는 젯소를 칠하지 않은 아사천을 사용한다. 젯소로 꽉 막힌 캔버스는 먹물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먹은 그 자체로 한국적이라서 좋다) 여기에 약하게 습기를 먹인 후 먹물을 올린다.

물길을 따라 먹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얼룩을 만든다.

먹물 얼룩 위에 얇게 펴 바르는 물감은 본연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먹색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색은 고요하다. 그 고요한 색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나는 고요를 그린다.


2024년 9월

화가 우영지 작가 홈페이지 작품갤러리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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